축구대표팀 역대 최강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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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개막 전에 다른 곳에 썼던 글인데 이 곳에도 옮겨봅니다.)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에는 ‘역대 최강의 스쿼드’라는 수식이 따라붙습니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 팀 내에 유럽파가 가장 많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에이스급 선수들의 폼이 뛰어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역대급이라 자신할 수 있는 것은 2선의 화력뿐이며 이들을 어떻게든 ‘베스트11’에 포진시키기 위해
변화가 아닌 변칙을 선택하는 것이 대표팀의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모 영화감독의 말대로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부분의 능력치를 잘라서 다른 포지션에 붙여주고 싶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수비를 예로 들겠습니다. 월드 클래스 센터백 한 명을 보유했지만 양쪽 사이드백의 존재감은 제가 축구를 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미미한 느낌입니다. 특정 사이드백의 탓만 하자면 세상 쉬운 문제겠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결국 한국 축구의
인재풀 문제로 귀결되는 사안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선수 선발에 대한 전권은 감독에게 있는 것이기에 왜 누굴 뽑고 누굴 안 뽑았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사이드백 포지션에 왜 양적인 보완조치를 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가장 많은 백업자원이 필요한 자리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어차피 감독 역시 숙고하고
결론지었을테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 뿐이겠지만요.
우리 대표팀은 ‘보편적 양질’의 관점에서는 결코 최강 전력이라 보기 어려울만큼 산도 높고 골도 깊은 팀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강팀은 약점을 협업으로 보완하는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우리 대표팀은 자원의 분포며
전술의 완성도에서도 취약함이 산재한 팀이며 뚜껑도 열기 전에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을만한 위치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최강이라는 개념은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지 결코 말의 성찬으로 치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안컵의 무서움을 뼈에 새기고 축구를 보는 저의 오랜 생각입니다.